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비전]
2019년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부문 초청작 <에듀케이션>으로 많은 호평을 받은 바 있는 김덕중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전작을 뛰어넘어 더 세련되고 내밀해졌다. <컨버세이션>은 은영(조은지)과 승진(박종환)을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이 장면마다 등장하여 추억과 젊음, 연애와 사회, 혹은 아주 소소한 소재에 이르기까지 일상의 언어와 리듬으로 대화를 나눈다. 빛나는 연기, 리드미컬한 대화, 아름다운 구도, 프레임 내 외곽의 확장된 긴장감, 장면과 장면 사이의 장력은 마침내 고도의 형식적 조화를 이룬다. <컨버세이션>은 선형적 내러티브로 삶의 중대함을 설득하는 대신, 일상의 소중한 조각들을 비선형적으로 모아 배치하여 삶에 관한 관객의 상상적 내러티브가 작동하기를 촉구하고 있다. 그 정서적 울림과 파장이 대단하다. (정한석)
제47회 서울독립영화제 본선 경쟁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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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이것은 대화의 영화. 얼마간 지속하는 인물들의 대화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장면이 되고 대화의 장들이 모여 시퀀스가 된다. 말이 오가는 사이 영화는 시나브로 나아가고 가속도가 붙는다. 크게 보면 영화는 은영과 승진이 저마다의 대화 상대들과 나눈 이야기를 하나씩 펼치고 이후 두 사람 사이의 관계와 속내를 짐작할 수 있는 대화로 모이는 형국이다. 그렇지만 여러 개의 짧은 대화 클립을 이리저리 뒤섞은 듯, 서사는 순차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현재의 어느 날과 과거와 대과거는 각각의 역할과 위상을 갖고 수평적, 병렬적으로 배치된다. 시간의 선후를 파악해야만 이해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니라 대화가 진행되는 바로 그 구간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게 관건인 영화다. 과거를 추억하면 즐겁다가도 현실을 직시하면 아득해지고, 시시껄렁한 농담으로 웃다가도 놀이를 빙자한 진실 탐문 앞에서는 말문이 막히며, 뼈 있는 진담과 자기 고백 앞에서 주춤대는 말의 시간. 핑퐁처럼 오가는 대화의 주도권과 오르락내리락하는 말의 기세. 신과 시퀀스 사이에는 긍정할 만한 긴장감이 팽팽하고, 카메라 위치와 움직임, 그리고 프레임 안팎을 활용하는 연출의 전략이 빛난다. 데뷔작 <에듀케이션>에서 시도하고 이룬 것을 얼마간 활용하면서도 그것에 기대지 않고 완전히 다른 형식적 도전을 감행한 김덕중의 야심 찬 성취다.
정지혜 / 서울독립영화제2021 프로그래머
제10회 무주산골영화제 경쟁부문 창
장편데뷔작 <에듀케이션>(2020)을 연출한 김덕중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으로 전작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제목대로 ‘대화’에 집중한 영화다. 대화는 말을 주고 받는 것이고, 그래서 오고 가는 말과 말 사이에는 당연히 의미가 숨겨져 있다. 그러나 <컨버세이션>의 관심은 말과 말 사이, 대화의 이면에 존재하는 의미를 파악하거나, 대화를 통해 긴장을 유발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다. <컨버세이션>은 말이나 대화 자체에 집중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중에 발생하는 미묘한 순간을 포착하고, 순간의 흥미로움과 생동감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것에 집중한다. 여섯 명의 배우가 아홉 명의 인물을 연기하는, 총 16개의 롱테이크 시퀀스, 15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이 영화는 15개의 이야기 조각들이 선형적인 시간의 흐름 속에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채 진행된다. 그래서 시퀀스가 거듭될수록 관객은 상상력을 더해 영화를 다시 조립해 나가야 한다. 이제 40대가 된 세 여자친구의 현재 이야기로 시작되어, 20대 후반 파리 유학 시절의 이야기를 거쳐, 미묘한 관계였던 두 남자의 이야기와 40대 남자친구들의 시시껄렁한 이야기에 들른 다음, 은영과 승진의 모호한 연애담으로 마무리되는 이 영화는 땅에 발을 딛지 못하고 허공에 떠 있는 사람들, 더 나은 삶을 갈망하면서도 삶의 의미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열정과 냉소와 허무가 뒤섞인 어떤 감정과 순간을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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